"거봐, 내 말이 맞았지?" 내가 천재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사후확신 편향

🚨 투자 유의사항 안내: 본 글은 투자의 심리적 측면을 설명하기 위한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입니다. 시장은 예측 불가능하며, 감정적인 투자 결정은 큰 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모든 투자의 최종 결정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2020년 3월 코로나 폭락 이후, V자 반등을 보며 거봐, 이럴 때일수록 용기 내서 샀어야 한다고 내가 생각했었잖아!라고 말하지 않으셨나요? 혹은, 2022년 폭락 직전에 왠지 느낌이 싸하더라니, 내가 이럴 줄 알았어라고 생각하진 않으셨나요?

저 역시 2021년 OOO 코인이 10배 오르는 것을 보고, 아, 6개월 전에 살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라며 제 자신을 천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그 코인뿐만 아니라 수십 개의 다른 코인을 보며 똑같은 고민만 했을 뿐, 어떤 확신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어떤 일이 일어난 후에 마치 자신이 그 결과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착각하는 심리적 경향을 사후확신 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합니다. 이는 우리의 과거 기억을 왜곡시켜, 스스로를 실제보다 훨씬 더 똑똑한 예측 가라고 믿게 만드는 무서운 함정입니다.

1. 사후확신 편향이란? (월요일 아침의 쿼터백)

사후확신 편향은 월요일 아침의 쿼터백이라는 말로도 유명합니다. 주말에 끝난 미식축구 경기를 보며, 월요일 아침에 아니, 그때 그 선수가 저쪽으로 패스했어야지! 내가 그럴 줄 알았어!라고 비평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으니까요.

• '작동 방식': 우리의 뇌는 불확실했던 과거의 과정을 지워버리고, 명확해진 결과에 맞춰 기억을 재조립합니다.
• '가장 쉬운 비유': 시험을 본 후, 정답지를 보고 나면 아, 이거 아는 문제였는데!라고 생각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2. 사후확신 편향이 내 계좌를 망가뜨리는 2가지 방식

내가 천재다라고 착각하는 순간, 우리의 투자는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1. '1. 과신(Overconfidence)으로 인한 몰빵 투자':지난번 투자가 운이 아닌 실력이었다고 착각하게 만듭니다. 이 과신은 결국, 다음번에도 내 예측은 맞을 거야!라는 확신으로 이어져, 자산배분이나 분산투자 같은 지루한 원칙을 무시하고 특정 종목에 몰빵 하거나 레버리지를 쓰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만듭니다.
2. '2. 후회(Regret)로 인한 투자 마비':내가 2022년 폭락을 예측했었는데... 그때 팔았어야 했어... 이 후회는, 실제로는 예측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측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생깁니다. 이 가짜 후회는 다음번 하락장에서 섣불리 패닉 셀링을 하게 만들거나, 비이성적 결정을 내리게 합니다.

3. 이 '가짜 천재'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법

우리는 스스로의 기억을 속이는 이 교활한 함정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 '1. 유일한 무기, 투자 일지(Investment Journal)를 작성하라':이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입니다. 기억은 왜곡되지만, 기록은 왜곡되지 않습니다. 주식을 사기 전에, 내가 지금 이 주식을 사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어두세요. 1년 뒤, 그 일지를 다시 꺼내보면, 나의 예측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 '2. 운의 영역을 인정하라':단기적인 투자 성과는 90%가 운이라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 '3. 시스템에 의존하라':나의 가짜 천재성을 믿는 대신, 우리가 배운 지루한 시스템을 믿어야 합니다. 시장을 예측하려 하지 말고, 적립식 투자(DCA), 자산배분, 그리고 인덱스 펀드라는 검증된 원칙을 묵묵히 따르는 것입니다.

저는 이 사후확신 편향을 깨닫고, 2023년부터 투자 일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 예측이 맞았던 순간보다 틀렸던 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기록을 마주한 뒤, 저는 비로소 제 자신의 예측이 아닌 시장의 시스템을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투자의 성공은 내가 얼마나 뛰어난 예측가인가를 증명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내가 얼마나 나의 편향을 잘 다스리는가를 수련하는 과정입니다. 당신의 뇌가 내가 그럴 줄 알았어!라고 속삭일 때마다, 아니, 넌 몰랐어라고 답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